어느날 문득.......
죽어서 이름 석자를 남긴다는 별 웃기지도 않는 명언아닌 명언때문이 아니라...
그냥 이 몸뚱아리 그냥 땅속에 묻거나 불태워 버리기엔 왠지 자원낭비 같았단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나름 고급차원의 유기체인 인간 몸뚱아리를 그저 배터리 나갔다고 버리기 아까운거 아닌가?
죽어서 이름 석자 남기기 위해, 명예욕을 쫒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사실 난 그런 걸 아주 경멸하는 편이다.)
본래 큰 일을 하면 저절로 후세에 이름이 남는 거다..
이름 남기겠다고 뻘짓하는건 말그대로 뻘짓인거다..
윽....... 역시 또 얘기가 샜다...
... 뻘소리가 더 길어질 뻔 했다.....
암튼........ 그런 생각을 늘 가지고 살던 어느날.........
예전 대학생때 였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서 였던가? 그곳에서 홍보차 학교에 나와 강연을 했던 때가 있었다.
장기 기증에 대한 여러가지 사례와,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고
나도 장기기증을 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물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후나 뇌사후에 나의 장기를 기증함으로서, 내가 죽어도 다른 사람에게 더 삶을 부여해 줄 수 있으니.
신이 내게 죽음이란 카드를 내밀었을때의 대가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위에서 미리 얘기했듯이..
나의 죽음이 값어치 있어지고 어쩌고 저쩌고 내 이름 석자 어쩌고 저쩌고 랑은 좀 다른 접근인 거다..
난 자주 씨니컬함이 지나쳐 우울함에 빠지고, 내 삶 자체를 쓰레기로 보는 경우가 많아,
(실제 쓰레기일수도.....쿨럭..... 암튼 anyway..)
내 인생이야 갖다버려도 안아까운 쓰레기지만, 몸뚱이라는 어따 쓸데가 있다고 하니,
그래 그렇게다도 재활용이나 하자.... 라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암튼....... 강연장에서 바로 장기기증 서약서를 썼고,
동그라미 스티커 두개를 받았다.
스티커에는 각각
'장기기증'
'각막기증'
이라고 써있었다.
이 스티커를 면허증이나 주민등록증에 붙이면
내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었을 때, 내 장기가 아직 싱싱할 때, 바로 이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 했다.
오호....... 그렇지... 장기는 신선도 유지가 생명이니까.........
내가 죽었을때, 보호자 찾고 말고를 떠나서
이 스티커를 확인하고 기냥 배째고 꺼내가 주시겠다는 말씀이었다.
아주아주 효율적인 이 시스템에 감동받으며,
홍보 나오신 분께 엄지 손가락을 곧추세우며 '워~~! 짱인데요!' 라고 얘기해주며 스티커를 붙였더랬다.
근데..... 이 스티커로 정말 기분 좋았던 적이 있었더랬다.
어쩌다 신호위반을 해서 경찰에게 단속을 당했을때
운전면허증을 제시해 보여드렸더니...
"장기기능, 각막기증? 이 스티커 뭡니까?" 라고 물어보시는 거다."..네??.. 아... 그거요? 제가 불의의 사고로 죽었을때,
바로 장기기증 할 수 있도록 표시해 둔거에요.
장기기증 서약했거든요."
순간 교통 경찰분의 표정이 풀어지고... 나를 바라보는 눈이 달리지셨다.
"이런 좋은 거 하시는 분이 왜 신호위반 하십니까?
오늘은 그냥 보내드릴테니, 다음부턴 꼭 신호 지키세요.
조심해 가세요.."
그 당시 장기기증 서약에 대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관께선 그냥 '이런 좋은 거' 라고 밖엔 표현을 못하셨지만..
경찰분이나 나 자신이나 순간 훈훈함이 돌았던 기억이 난다.
난 그 일 이후, 장기기증을 꼭! 하리라 마음을 더 굳게 먹었더랬다.
아직도 나의 면허증에 붙은 스티커를 보는 순간
샤방샤방 해진 경찰분의 눈과 내 눈의 눈빛이 교차되던 순간이 또렷하다..
샤방샤방~
그러다가 면허를 새로 따고, 주민증도 신형으로 새로 발급받다보니,
그 스티커는 사라진지 오래..... 사실 새로 발급받기도 전에 닳아 없어졌다.
그래서......장기는 신선한게 생명이쥐! 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아아아~~
따끈따끈한 내 콩팥과 팔딱거리는 심장, 물오른 생태눈깔같은 내 각막이...
순대집에서 푹~ 삶은 간과 염통처럼 변하고, 맛간 동태눈깔의 각막으로 변해버리는
그런 시츄에이션이 생길 가능성이 커져버린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특히 순대집을 떠올리니 더욱 그렇더군)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곳을 찾았다.
http://www.konos.go.kr/
국립 장기 이식 관리센터 홈페이지 되겠다.
이 곳에서는 장기기증 서약을 할 수도 있고, 그 서약내용을 조회해 확인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회원가입하고나서, 운전면허증에 의사표시를 신청하면 나중에 운전면허증을 재 발급 받을때
장기기증 스티커 대신 글이 또렷하게 새겨져 나오게 된다.
그래서 예전에 사라진 그 스티커대신 장기기증 의사표시를 면허증에 해달라고 신청을 했다.
조회를 해보니 이렇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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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얼마 전에 사후 각막 이식을 서약했어요.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망설여지게 되더라구요. 하고 나니 기분도 묘한 것이 그렇긴 하지만 좋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더 큰 것 같습니다. ^^
맞습니다. 막상 나의 장기를 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끔찍하죠.. 하지만.. 그건 살아있는 동안의 욕심일 뿐이죠.. 명이 다하면 그저 의미없는 몸뚱아리일 뿐인데도, 괜히 꺼림직 하죠.. 좋은 결심하셨네요..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