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펜탁스의 옛날 수동 단렌즈에 꽂혀있습니다.
그간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m50.4렌즈도 찾아서 껴보고 신나서 찍어보고 있으니까요.
(이전 포스트 : [Photo-Holic] - 오래된 단렌즈 m50.4 끼워보고.... )

.
.


오래된 렌즈를 구입하는 일은 제게 있어 흥미진진한 일이죠.
출시된지 한참되고, 생산중단된지도 한참된 오래된 물건이니 당연히 신품이 아닌 중고품 거래죠.

오래된 렌즈를 중고거래 한다는 데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두가지 모두 있거든요.

나쁜 점부터 말하자면...
오래된 렌즈기 때문에 성능상 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정도?
아무래도 중고이다 보니, 신품에 못미치는 제품 상태..?

하지만
좋은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중고거래가 좋습니다. 특히 오래된 렌즈같은 경우는요...

좋은 점 하나.
대부분 렌즈라는 물건은 카메라의 중요한 하드웨어이기 때문에 다들 조심해서 다루기 때문에
사용기간에 비해 상태가 좋은 물건들이 참 많습니다.

좋은 점 둘.
가격대비성능이 뛰어나다는 점도 좋습니다. 물론 명기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지만,
신품에 비하면 확실히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점 셋.
렌즈의 흠집하나도 다 의미있어 보이는 느낌이 좋습니다.
여러사람의 손을 거쳤기 때문에 그 사연들이 다 묻어있는 렌즈니까요.

좋은 점 넷.
이렇게 구입한 렌즈로 사진을 찍다보면,
이전 주인들이 어떤 상황에서 이 렌즈로 어떤 사진을 찍었을지 감이 오는 때가 있습니다.
'아~ 전 주인도 이 렌즈로 이런 것을 사진으로 담았겠구나..',
'지금은 나이 지긋하실 어떤 사진가께서 젊은 날 이 렌즈로 풍경사진 찍으러 팔도를 다 돌아보시지 않았을까?'
... 잠시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며 감상에 젖어보기도 하지요.
렌즈의 성능을 떠나, 오래된 물건이 주는 감성은 뽀너스 입니다. ^^;;

좋은 점 다섯.
옛날에는 지금처럼 정교하게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죠.
그러다보니 렌즈의 경우 옛날제품일수록 플라스틱 부품보다는 스틸부속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겁고 투박한 면도 있지만, 대신 그만큼 튼튼하다는 것!
최근에 나오는 렌즈들보다 아마 내구성이 더 뛰어날꺼라 생각되네요.
그리고 옛날에는 디자인보다는 성능이 더 우선시 되었던지라, 성능은 훌륭하지요.

좋은 점 여섯.
전 카메라 커뮤니티를 통해 중고거래를 할 때마다 매번 놀랍니다.
상대방의 배려와 친절, 그리고 이런 세세하게 신경써주시는 것이 늘 감사할 뿐입니다.
사진을 즐기시는 분들중에 참 메너좋으신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예전에 한번은 사탕과 초콜릿 몇개와 함께 편지도 동봉된 물건을 받았더랬습니다.
'이 렌즈는 인물사진에 쓰는 것이 좋으니 어떠어떠하게 쓰시면 좋더라' 라는 글과 '잘 써달라'는 부탁이 적혀있었습니다.
그 편지를 읽고나니 어찌나 감동의 쓰나미가 가슴을 쓸어버리던지....!! @.@
그 경험 덕분인지, 저도 중고거래로 렌즈를 팔 일이 있었는데,
저도 포장 꼼꼼히 하게 되고, 주변에 몇몇가지 간단한 선물이 될 만한 것도 챙겨서 넣어드리게 되더군요..

이런 기분 좋은 일들은 전염이 됩니다. ^^;;
그래서 더욱 이런 중고거래를 좋아합니다.

.
.

이번에 펜탁스의 수동 단렌즈 중 M렌즈군의 28mm 렌즈를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PENTAX SMC M 28mm f2.8 렌즈입니다.
(이 렌즈는 전기형/후기형 두가지가 있는데, 이번에 구입한 것은 전기형입니다.
 전기형이 광학적 성능이 약간 더 좋다고 합니다..)

택배를 어제 받았으나, 어제는 계속 외근이라 개봉해보지 못하고,
오늘 사무실에서 개봉했는데.... 역시나! 판매자분께서 일명 뽁뽁이 (에어캡)로 꼼꼼히 싸서 택배박스에 넣어서 보내주셨네요.
선물로 흑백필름 하나 함께 보내주셨습니다. 조만간 제 레티나에 끼워서 찍어봐야겠습니다. ^^



이런이런~~ 이거 완전히 감동의 풀세트입니다.
언제적 제품인지도 모를, 정품 렌즈케이스!!..... 
보통 이런 오래된 렌즈의 경우 케이스는 대부분 분실하거나 망가져서 사라지고 정품이 아닌 사제품이 대부분인데,
케이스 윗뚜껑에 또렷하게 음각으로 파인 SMC PENTAX 2.8/28

케이스의 가죽이 살짝 벗겨진 모습이.. 세월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가죽끈까지 달린 앙증맞은 케이스는 너무 예쁘네요.. 혹시나 상할까 싶어 조심스레 열어봅니다.




내부에는 벨벳천으로 덧대어져 렌즈를 보호하고 있군요.
아.. 역시 놀랍습니다... 렌즈캡과 뒷캡 모두 이 렌즈의 본래 짝인 것 같습니다. (아닐 가능성도 크지만.....)

렌즈의 앞캡 뒷캡에 모두 ASAHI PENTAX 라고 써져있군요... 펜탁스가 본래 아사히 광학이었더랬죠. 그 시절의 렌즈캡입니다.




조심스레 꺼내봅니다. 렌즈케이스 바닥에는 스펀지가 덧대어져 있어 렌즈에 전해질 충격을 막아주네요.
반갑다! 아사히 펜탁스 렌즈야~ 나보단 어리니 말 놓을께~!
이 렌즈는 매우 오래된 렌즈는 아니어서(?) 생산년도는 1977 ~ 1982 사이입니다. 대략 서른살 전후가 되겠군요~

클래식 카메라들에 비하면 아직 팔팔한 나이입니다만, 그래도 카메라 렌즈계에선 장년층 이상 되겠군요. ^^;;
게다가 현역으로 활동중이니..... 그냥 사람나이처럼 서른살 정도로 대우해줘야겠습니다.





촛점을 잡을 수 있는 최소거리가 30cm... 이정도면 완전 접사 수준은 아니더라도 훌륭합니다.
조리개는 2.8까지 개방되어 밝은 편에 속하니, 제가 가진 줌렌즈들은 이에 비하면 썬그라스 끼고 댕기는 꼴이군요.


테스트샷은..... 실내에서 제대로 찍어볼 것이 없어서 사무실 물건들 찍어봤는데...
역시나 최대개방에서 충분히 얕은 심도 보여주고, 조리개 조여주니 선예도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펜탁스 SMC 만의 색깔을 여지없이 보여주네요..

근래에 자꾸 단렌즈에 꽂힙니다.
펜탁스의 명기라는 Limited 렌즈군들도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런 오래된 렌즈가 주는 즐거움은 주지 못하겠지요.
왠지 기대도 안했던 데에서 놀라움을 찾을 수 있어서 즐거운... 그런 기분이랄까요?


렌즈의 성능은 차치하고라도, 케이스까지 제것인 물건을 얻게 되다니... 왠지 엔틱 물건 하나 제대로 된거 얻은 기분이네요..
사제 렌즈파우치와 렌즈캡, 그리고 뒷캡을 구매해서 끼우고 다녀야겠습니다.
이 케이스와 렌즈캡/뒷캡은 따로 잘 보관해둬야 잃어버리지 않을테고,
제가 언젠가 이 렌즈를 다른 분께 양도할 때, 또 이런 기쁨을 안겨드려야지요~ ^^;;;
왠지 그게 이런 물건을 얻게 되면서 따라오는 제 의무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제.... 이 렌즈가 제 카메라의 바디캡입니다. ^^
작고 앙증맞은 *istD에 작고 앙증맞은 수동단렌즈라..... 무척 잘 어울리네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나쁜아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g i r u 2009/02/20 1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렌즈보다 케이스에 더 눈길이 ^^;

    • 나쁜아이 2009/02/20 18: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맞아요~ 저도 처음 렌즈를 받아서는...
      렌즈 마운트해서 테스트 할 생각보다는 케이스만 봤습니다. ㅎㅎㅎ

  2. 따블에이취 2009/02/20 1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왕.. 저도 55mm단렌즈(좀특이함 ㅋ)만 갖고있어서 28mm구하고싶었는데 ㅠ완전부럽군요.

    • 나쁜아이 2009/02/20 2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ㅎㅎㅎㅎ농담이구요..
      크롭바디에서도 50이나 55mm나... 그것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매력적인 화각이더라구요..

  3. louisfun 2009/02/24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감동의 물결이..

    저도 오늘 중고 거래 해요.
    제가 사는 입장이고.

    수동은 아니지만. 그래도 끌리네요. 그런기분.

    걱정도 되고 설레이기도 한 기분입니다. 오늘 아침은..

  4. 무진군 2009/09/29 1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꺄아 오랫만에 놀러왔습니다... >_< 잘지내시죠?...
    저도 케이스까지 다 있는건 첨 본거 같아요